BASEBALLPARK

목요일에 택배알바를 갔다왔었습니다. 사실 아직까지 몸이 좀 뻐근한게 완전회복은 안되었네요. 어제보단 좀 낫지만.

보통 택배알바는 하차/분류/상차로 분류되는거같은데(자세히는 모릅니다만) 저같은 초짜에게는 무조건 젤 고된 상차쪽을 시킨다고 친구놈도 신신당부했고 '과연 니가 버틸까?'하면서 뭐라하긴 했습니다만, 생각했던것보다는 할만했습니다. 뭐 옆라인에서 하시던 아저씨 말로는 그 전날은 차 4대를 보냈는데(막차는 반정도밖에 안실었다지만) 생각보다 적다고 하시더군요. 아니 생각보다 적은데 왜 난 전 라인에서 젤 먼저 첫차를 띄워보내는가...

아무튼 대충 저녁 9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꽤나 중노동을 하고 왔더니 처음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여기저기가 신호가 오더군요 -_- 가만 생각해보니 레일에 찍혀서 무릎 나갈뻔 한것도 있었는데 원체 소심하고 안전제일주의라서 살짝 스쳐서 멍만 든것도 있었고, 다리에 왠 멍은 서너군데 나있고 팔뚝엔 박스에 찍셔어 진물나왔던 상처가 겨우 아물었으며... 확실히 '고된 일'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요령이 부족한가, 생각보다는 잘 견뎠는데 괜히 더 다친 곳이 많아보였어요.

아무리 잘 버텼다고는 하더라도, 6시가 살짝 넘겨서 일이 끝나고 나자 확실히 지친게 티가 나더군요. 그러면서 퍼뜩 그런 생각이 드네요. 노동자 인권이나 노동운동 등을 왜 하는지, 왜 해야하는지 알 것 같다는 그런.

네, 뭐 이러니 저러니해도 살면서 그렇게 고생하지 않고 살았고, 없으면 없는듯이 살았지 죽어라고 부딪혀본 경험도 적은 만큼 괜히 더 오버해서 받아들이는건 맞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든 노동자들- 산업 역꾼이라고 포장되는 그 사람들이 처음부터 일을 능숙하게 하는건 아니잖아요? 누군가의 첫 출근은 저와 같은 모습일수도 있고, 누군가의 출근은 저는 그나마 별 탈 없이 넘긴 일이 -제 전날 어떤 아르바이트생이 그렇게 무릎 나가서 실려갔다더군요- 재앙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는 일이겠지요.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것- 옳고 그름의 판단의 문제와 겪어보고 내 일이라 느낄 수 있는 체득의 문제는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저랑 약간은 다른 일이었지만 곁에서 같이 밤새고 화물을 운반하던 화물연대의 많은 노동자 분들에게 사주측에서 정말 얼마안되는 임금 인상안도 받아들이지 않고 해고하고, 그로 인해 고 박종태씨 등의 피해자가 생기고, 쌍용차 노조가 목숨을 걸고 시위하고 있는 것들이, 그 전까진 약간은 남의 이야기지만 이래야 하지 않나 라는 가치 판단의 문제에서 조금은 더 직접적으로 와닿았다고 할까요.

사실 고백하자면, 꽤나 조숙한 나이대부터 스스로 좌빨 반골이라고 규정지으며 여기저기 관심을 두고 했지만 살아가면서 조금은 말만 앞서고 실천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그런 모습으로 살고 있었는것 같았습니다. 몇몇 시민단체 일에 가입은 안하더라도 여기저기 참여는 종종 했고 토론회나 강연 등은 잘 참석했으며 때로는 비판도, 때로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여기저기 끼긴 했지만 어쩌면 제가 다치는 것이 스스로 겁나서인지 그렇게 투쟁적으로 열성적으로 접근하진 못한거같기도 해요. 엄밀히 말하자면 직접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동조가 아니라 대열에 '참여'했던 것은 지난 해 촛불 이후부터였기도 하구요. 근데, 뭔가 조금 더 동기부여가 되는 느낌은 있습니다.

모든 일을 직접 체득하고 경험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인텔리 운동가들을 비하하거나 그럴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당장 저만 해도 그 쪽에 더 가까우니 말입니다. 하지만 조금은 세상 보는 시야가 좀 달라진 것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몸은 고되었고 아직도 좀 여기저기 쑤시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푼돈을 받긴 했습니다만, 그리하여 부모님도 이젠 말리시는지라 다시 가서 일을 할지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아볼지는 미지수지만 확실히 한번 해보길 잘한거 같습니다. 즐겁거나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을지언정, 좋은 경험이 되긴 한거같네요.

아참, 아스란 자라님의 앞날에도 밝은 미래가 함께하길 바랍니다. 25일날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