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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을 아십니까?

시골에서 펌프를 이용해서 물을 풀때, 펌프질을 해도 쉽사리 물이 나오지 않을때,

한바가지 물을 부어주면 물이 쉽게 나오게 되죠.

이때 부어주는 물을 마중물이라고 한답니다.


제가 처음으로 카운터에 섰을때의 공포감은 대단했습니다.

국가마다 알아야 할 법무부 규제 상황에 따라 손님을 응대해야 하는것은 물론이고,

자리 배정에 비자도 봐야하고 연결편이 있으면 공항 마다 연결 시간 확인해서

최소 연결시간보다 이손님의 연결시간이 많은지 혹은 간당간당해도 서두르면 연결은 되는지..

간당간당하다면 앞쪽으로 빨리 나갈수 있게 짐도 빨리 이동될수 있게 조치해야하고..

정말 제앞에 모든 상황을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그런 공포감..

나라마다 다큐먼트를 열어보면 모두 영어,,

그나마도 제대로 된 영어도 아니고 이게 비자가 필요하다는건지 필요 없다는건지..

여권 유효기간이 최소 얼마가 남아야 한다는 건지,,답답,,


교육이라고 해봐야 선배들 뒤에서 한달간 컴퓨터에는 손도 못대보고 뒤에서

선배가 하는걸 적어서 자기 필기로 만든다음에 공부해야 하는건데..

사실,,봐도 뭐가 뭔지,.. 알아야 면장도 한다고..


그러다가 카운터를 혼자 맡아서 열으라고 하니 다리는 후덜거리고..

손님마다 응대시간이 길어지니 (당시에는 영타도 어찌나 느린지,,)

손님도 짜증이나고 저는 등뒤로 땀이 흘렀죠.

그나마 쉬운손님이 일본 관광객들,,아무것도 볼것없이 본국으로 돌려보내면 되니깐,,


그러다 처음으로 미국손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아,,,미국이다,,젠장..


이 앞서더군요.

게다가 이 손님이 영주권을 신청하는 중에 있었기 때문에 패럴폼이라고 특수한 폼을 가지고

나오셨고,

자리는 만석..

정말,,머릿속이 하얘지고..또 뭔가 거기에 상황이 겹쳤던걸로 기억됩니다..


한참을 꾸무럭 꾸무럭,,

땀을 흘리다가,,안되겠기에..



"손님, 죄송합니다. 제가 사실은 처음입사한 신입이라, 정말 너무나도 서툴어서 시간이 오래 걸릴것 같습니다."


하고나서도 한동안 꾸무럭 꾸무럭 이리뛰고 저리뛰고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손님 여권과 폼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보내도 좋다는 확인을 받고..다시 자리로 돌아오니

벌써 손님은 삼십분도 넘게 카운터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말 저같아도 열받고도 열받아서 소리라도 질렀을 상황에서..

저는 진짜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손님 죄송합니다."

를 연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이분,,


"아가씨.. 천천히 해요. 누구나 다 처음은 있어요.

이런 경험들이 모아져서 아가씨 선배들도 저렇게 잘 하게 되는거지, 누가 처음부터 잘하겠어요.

뛰어다니는거 보니깐 내가 다 안쓰럽네..

나 한참을 미리 나와서 시간도 많으니깐.. 아가씨 하고싶은데로 이것저것 다 해보고,

미국만 보내주면되..

아가씨 화이팅~!"


이라고 해주셨습니다.


그때의 그 기분이란...

감사함을 넘어서서 뭔가 인간적으로 존경심을 갖게 만들어 주시더군요.


일이 고달프고 힘들때..

더이상 힘이 나지도 흥이 나지도 않을때..


이런 마중물 같은 분들이 계십니다.


힘들어서 그만 두고 싶을때..

회사로 문득 칭송을 보내주신.. 제 이름 세자를 기억해 주셨다가, 여행이 끝나자마자 인터넷에, 회사에 편지를 써주시는 분들..

일할때 고맙다며 슬그머니 다시 오셔서 음료수를 놓고 가시는 손님..

손 잡아주고 가시는 손님..


많은 손님들이..

저에게는 다시금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힘이 나게 해주시는 마중물 이십니다.


저도

그런 마중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