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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에서 시종일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냉전반공주의가 한국의 정당체제를 이념적으로 극히 협애한 틀에 가두어 놓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1950년대 이래 냉전반공주의의 헤게모니는 갈등 그 자체의 언표화를 어렵게 만들고 무조건 통합하자는 식의 갈등부재의 담론을 지배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통합과 컨센서스의 가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과정으로서 갈등이 표출되고 조직되고 타협된 결과이지 그 과정의 시작이요 끝이 아니다. 정치는 갈등의 존재와 그 때문에 분열되어 있는 사회를 전제로 경쟁과 타협을 통해, 갈등을 민주적으로 표출하고 정당을 매개로 이를 민주적으로 해소하는 과정이며, 그 효과가 사회의 통합을 가져오는 것이다.

 따라서 갈등이 정치의 담론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통합이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할 때 통합이라는 말은 기득 이익에 봉사하고 현상유지를 위해 억압의 강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 이외에는 다른 말이 아니다. 반대로 해소되지 않는 갈등은 사회를 저변에서부터 병들게 하고 해체하며, 그 표출을 억제하기 위한 억압의 구조를 사회 각 부문, 사회 각 수준에서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 p181, '대통령의 민주적 리더십' 중에서 출처:갈등을 드러내줄 정당이 필요해 _ 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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