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12살, 첫사랑을 만나다.



키 135에 몸무게 60을 자랑한 날 누가 좋아했으랴.
대신 공부는 항상 상위권
앞자린 나의 것
선생님 나만 바라바
반장 말 좀 들어 이것들아


갓 교대를 졸업한 우리 선생님의 나이는 꽃다운 25세
4월의 초입 어느 날.
각분단 왼쪽 자리에 여학생들을 주루루 앉혀 두고.
남학생들을 싸그리 뒤로 보냈다.

'얘들아아아
맘에 드는 애 옆에 니들이 앉으면 되는 거야아
2주에 한번씩 짝지 바꾸자
뭐하니 ㅊㅊ츄울발-!! '



공부도 잘해 발표도 잘해 밝고 잘 웃고 그리고
이쁜 영미 :)

이 XX교회 목사님 장녀로 말할 것 같으면,
초등부 수학경시대회 경남부 항상 입선. 간혹 우승. 1등. 대상.
피아노 콩쿨 대회 항상 입선. 등등등 엥간한 대회란 대회는 나가면 일단 입선.
소위 제대로 엄.친.딸. 거기다 전도연을 빼다 박은 외모까지.


정말 눈 한번 깜박 했는데
그녀옆에는 태일, 성이, 원삼, 석사까지
네 놈이 붙어서 가위바위보 하더라
선생님은 본인이 정확히 의도한대로 벌어졌다며 꺄아 호호 흐뭇모드.

뭐. 감히 뭐. 내가 꿈꾼건 아니었지만.
뭐- 영미는 이쁘니까. 당연하지 그리고

하필 내가 늘 앉는 앞자리에 종숙아 미안해-_ㅠ
뚱뚱하고 못생긴 짝지 2주만 참으렴 ㅠ



2주 후.

이제 선택 받는 시간, 마음이 훨 편안한 시간,
나는 늘 앉던 3분단 맨 앞 왼쪽자리에 앉았고.
여학생들은 뒤로 숑숑숑-

온 남학생들의 관심은 당연히 학교 전체 퀸카 영미에게로.
담탱이의 웃음. 분명 선생님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따-_-+




그 때.

하필이면 그 때.

.

나는 왜.
양반집 또는 부잣집 도련님 마냥 늘 부풀은 배 때문에 먹는거 빼고 숨쉬는 것도 힘들었던, 그런 내가 왜 잠시 뒤를 돌아보는 그런 힘겨운 행위 따위를 했는지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다. 왜.
분명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그 때. 영미는 나를 보고 있었다.



응-_-?


모지?





두근두근.


그 때. 영미는 나를 보고 있었다.
그 하얀 고사리 양손을 허리춤에 손마디가 휘어 손등이 보이지 않을 만큼 걸치고는 날 보고 있었다.
아니.
마치 노려 보는 것 같았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는데.
그렇게 영미는 장난스럽게 날 째려보며 씩씩거리는 것 같더라.
사실 눈을 돌린 시간은 일초도 되지 않았을 텐데.
그 눈빛.
그 모습.
18년이 지난 지금도. 어쩌면. 이리도. 이렇게. 생생할까.
두근거릴까.



이윽고 교탁에 흐믓한 미소의 쌤은 내 얼굴을 향하여 마구 침을 튀긴다.
'ㅊㅊㅊㅊ츄우울발-!!'

두근거리는 심장 때문에 나는.
나도 모르게.
책상에 양팔을 빌려 얼굴을 묻고 말았다.
내 심장 소리보다.
아이들의 환호소리가 더 커진다.



이건 또 모지.


아..




분명 누군가.

내 옆에 앉았다.

일단.


고개를 들자.


하아.



말 잘 듣는 초딩 반장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눈빛이야 원래 원체가 따뜻하다지만.
고개를 든 그 순간 먼저 바라보게 된 선생님의 눈빛은.
뭐랄까. 경외스러웠나?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아.


아까의 씩씩대던 그 소리가 거짓이 아니었다는 듯.
그 쌕쌕임이 이제 내 오른쪽 귓가를 몽둥이질 한다.
무척이나 가깝다.
설레임이 느껴진다.
꽃향기 같은 향도 전해온다.




첫사랑의 향기.

내 첫사랑의 향기.


그렇게.

그녀가 내게 왔다.


:)




재미없다 끙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