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어머니께서는 제가 결혼할 나이가 아니었을 때부터 저를 결혼시키고자 노력을 많이 하셨습니다. 저는 결혼할 생각도 없었고 심지어는 능력도 전혀 안되었을때였죠. 신앙이 깊으셔서 그런지 유독 목사님딸 혹은 장로님딸을 저와 맺어주려고 노력을 하셨죠.

그러던 어느날 저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 여성분을 큰 교회 장로님 딸이라는 이유로 강제로 선을 보게하십니다. 저는 20대중반이었는데 이 여자분은 서른살이 넘었고 미국에서 박사과정이 반년정도밖에 안남은 분이셨죠. 결혼도 빨리해야 될 나이라고 하면서 만나기도 전에 압박을...

어머니: 요새 애들이 결혼을 늦게 해서 그렇지 네가 지금 결혼해도 옛날에 비해서 빠른 것도 아니야. 오히려 늦은거야.
자라: 아니, 내가 늦은거면 저 30대 박사과정 아가씨는 뭔데요?
어머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구, 여자가 똑똑해야 애가 똑똑해. 니가 너같은 여자 만나서 데리고 오면 애들도 너같은 애가 나와.
자라: ...  ㅠ..ㅠ


마침내 선보는 날이 왔지요. 남산 아래쪽에 있는 호텔. 이름이 뭐였더라. 암튼 그 호텔 커피숖.
그런데 통상 선볼 때 그런말 하잖아요. 특히 여자쪽에서.

"어휴 우리 애는 지금까지 남자한번 못사귀어 보고 계속 공부만 했어요. 선도 이번에 처음봐요."

이러시더라구요. 뭐 드라마에서도 잘 나오는 대사죠. 그리고 보아하니 그런것 같아 보이더군요.
뭐 여기까지야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어휴, 우리 애도 여자라곤 모르고 지금까지 숫총각이예요. 호호호.
자라: ???%^(#(!%)##%&

물론 어머니가 순결이데올로기가 강하게 있으시고 그걸 모르는건 아니었지만 정작 머리털 나고 처음보는 사람들 앞에서 그런식으로 소개를 받는다는게... 온몸에 털이 곤두서고 순간 등에 이상한 전기같은게 흐르는 전율이 쫙!

암튼 눈꼽만큼도 맘에 안들었는데 그 박사분은 맘에 들었다고 해버리는 바람에 한동안 집에서 애먹었습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민족주의.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