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제가 몇 번 글이나 리플에 남긴 적이 있는데, 저는 비오는 날 비맞고 뛰는 것에

아주 큰 행복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오늘 정말 오랫만에 심신에 여유도 있고,

날이 춥지 않아서 비맞고 뛰어도 괜찮을 듯 하여 점퍼를 걸친 채 대문밖으로 나왔습니다.

몸을 좀 더 풀고 뛰었어야 한 것 같기도 하지만 좀 뛰다 보니까 약간 한기가 느껴지네요.

네... 약간 늦었습니다. 한 보름 정도만 일찍 비가 와줬다면 딱 좋았을텐데 말이죠.

한참을 뛰다가 너무 멀리 가면 돌아올 때 힘들 것 같아서 일부러 집 근처를 맴돌다가

역시나 그냥 들어와버렸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유를 갈망하고, 마음대로 살고싶어하지만

결국 안식을 얻기 위해 돌아오고 싶어하죠. 그토록 태어나고 싶어서 경쟁자 2억을 제치고

태어났지만 영원한 안식을 삶 내내 갈망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정신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신체적으로는 제가 가장 그리워하던 시절로 조금씩

돌아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던 그 시절루요.

어쨌든 그리워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인 듯 합니다.

오늘은 실패했지만 내년 여름에는 비맞고 뛸 수 있는 날을 기약해야겠어요.

그러면 내년 여름에는 그리워하던 비맞고 뛰기를 할 수 있어서 매우 행복해 하겠죠.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안개가 낀 가운데 경복궁 너머로 보이는 산자락은 좀 예뻤습니다.

저처럼 풍경이나 자연현상에 대해 경외심이 없는 부류의 사람이 보기에도 나름 괜찮았으니

이런 풍경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평생에 정말로 자연을 보고 아름다워서 감탄했던 적은 딱 한 번 '옥정호'를 봤을 때였습니다.

펜션에서 자다 깨어 봤던 옥정호... 아마 잠결에 제 눈에 뿌옇게 보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아프리카인들은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자연을 봐도 그게 아름다운지 모른다고 하더라구요.

그 원인까지는 제가 지금 기억이 안 나는데, 어쨌거나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저도 꼭 아프리카에 한 번 다녀오고 싶습니다. 말 그대로 자연 그 자체인 곳에 가장 가까운 그곳.

거기서도 저는 그저 동네 앞마당에 온 양 아무런 감흥이 없을지 궁금하네요.



오늘 경복궁을 잠시 거닐면서 생각했던 명제는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라는 명제였습니다.

대우를 생각해보니 <끝이 없으면 시작도 없다> 네요. 흠... 참인 명제인 듯 하지만

자연수는 끝은 없지만 시작은 1이 있습니다. 물론 위의 명제가 수학에 대한 명제는 아니었지만

저는 <끝이 있으면 시작도 있다> 라고 바꾸고 싶더라구요. 그러면 <시작이 없으면 끝도 없다>가

되어 대우명제까지 왠지 잘 성립할 것만 같은 기분이더라구요.

결국 우리는 끝을 보기 위해 시작을 하는 것이죠. 하아... 이 개똥철학 ㅠㅠ



많이 늦은 줄 알았는데, 저는 지금 약간 늦은 상태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 달려서 페이스를 맞출 것인지... 아니면 레이스를 포기할 것인지...

많이 늦으면 그냥 포기하면 될텐데, 약간 늦었다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네요.

약간 늦으면 약간 늦은 채로 그냥 달리면 될텐데 말입니다.

결국 이 글은 오늘 그토록 갈구하던 비맞고 달리기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서 쓰게 된

뻘글입니다. 김태희가 선전하던 빵집에가서 샌드위치나 하나 사와서 아침먹어야 겠어요.

다들 즐거운 하루 되시길...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