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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티>, <내 책상 위의 천사>,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감독의 <브라이트 스타>는 제목 그대로 빛나는 별처럼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영화는 19세기 초반 영국의 낭만파 시인 존 키이츠과 그를 너무나 사랑했던 여인 페니 브론과의 슬픈 사랑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제목은 키이츠의 동명의 시에서 제목을 따왔으며 그 시는 영화가 끝난 뒤 남자 주인공의 독백으로 타이틀이 다 올라올 때까지 이어지는데 그 울림의 진폭은 보는이의 가슴을 뒤흔들어 높습니다. 그레이그 프레져의 촬영은 베르메르의 그림을 연상케합니다. 창가에 들어오는 빛을 배경으로 실내의 장면을 묘사한 것이 특히 그렇습니다. 저는 최근의 영화 중에 이보다 빛을 아름답게 잡아낸 영화를 본 적이 없습니다.



영화계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올해 당신이 본 영화 중에 최고작이 뭐냐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걸어도 걸어도>는 적어도 영화를 볼 줄 아는 사람들에게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작품입니다. 최신작 <공기인형> 또한 걸작입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걸어도 걸어도>가 에세이 같은 영화라면 <공기인형>은 시와 같은 영화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동화같은 영화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제가 히로카즈 감독에게 물어보니깐 <행복한 왕자>, <인어공주>, <프랑켄슈타인> 등의 동화를 많이 참조했다고 하더군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항상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죽음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그리지요. 이번의 <공기인형>은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남자들의 성욕대용품인 공기인형이 마음을 가지게 되고 그 공기인형의 눈에 비춰진 인간들의 세상은 차갑고 비정합니다. 공기인형이 얼어붙은 세상에 불어넣는 공기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공기인형을 연기한 배두나의 연기도 일품입니다.

<공기인형>이 상영되고 난뒤 이동진 기자의 진행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과 관객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제가  던진 두 가지 질문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답하는 내내 저를 바라보며 성심 성의껏 답변을 해줬습니다. 영화관을 나오는데 이동진 기자가 저를 보고 "좋은 질문이었습니다. 감독님도 굉장히 좋아하시더군요"라고 말을 건네더군요. 저는 아마 이 순간을 제 평생 못 잊을 겁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 눈길과 이동진 기자의 격려의 말. 그건 영화광으로 살면서 제가 받은 최고의 선물이었으니까요. 부산국제영화제의 밤은 그렇게 깊어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