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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평소 일요일에는 독주곡이나 실내악곡을 올리곤 했는데, 오늘은 날이 날이니만큼 大바흐의 종교 칸타타를 한곡 올려볼까 합니다...



왜 하필이면 '오늘' 이 곡을 올려야 했는가를 지금부터 장황하게 설명하겠나이다...  스킵하셔도 감상에는 아무 지장 없으니 곧바로 음악으로 넘어가려면 테두리를 벗어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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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칸타타'가 무언가부터. 속 편하게 '노래'의 이탈리아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엄격한 형식을 갖추고 있지는 않으나, 바흐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양식을 본받아 '레치타티브-아리아'가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구조에 전체 곡의 앞뒤에 합창을 배치하는 식으로 자신만의 칸타타의 스타일을 확립했습니다.


2. 바흐는 오늘날 우리가 '칸타타'라 분류하는 성악곡을 약 300여곡 가량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까지 전하는 건 220여 곡 정도 되는데, 전해지는 작품만 CD화해도 대략 60-70장 정도 되는 ㅎㄷㄷ한 분량입니다.
(바흐 자신은 '칸타타'란 이름은 독창으로만 연주되는 작품에만 붙였고 합창이 포함된 대부분의 작품은 'Concerto'라고 불렀습니다.)

이는 그의 직업 때문이었는데, 그가 38세부터 세상을 뜰 때(65세)까지 맡았던 공식 직함은 '라이프치히 토마스 교회 합창장Kantor'로서 그 주요 임무는 라이프치히 시내에 있는 주요 교회에서 사용할 음악을 매 시기마다 공급하며 그 연주를 위해 교회 부속 학교의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매 시기에 사용되는 음악이란 1) 매주 일요일 예배를 위한 '칸타타', 2) (루터파) 기독교의 주요 축일 - 성탄절, 부활절 등-을 위한 칸타타, 3) 성 금요일(수난일)에 연주할 수난곡, 4) 자신이 살고 있는 작센 주 및 라이프치히 시의 유력자의 경조사를 위한 음악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즉, 그는 최소한 매주 한 곡 씩 새로 작곡 및 초연을 담당했다는 말씀!


3. BWV 140이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기독교의 교회력에 대한 설명이 약간 필요합니다. 당연히 니케아 종교 회의 이후에 확립된 것일 텐데, 기독교에서 1년 중 가장 중요한 날은 당연히 성탄절과 부활절이겠지요. 여기에 성령강림절을 더하여 3대 축일로 부릅니다. 이 3대 축일을 기준으로 이런저런 날을 배치한 것이 교회력입니다.
이러한 날짜들은 모두 니케아에서 결정된 것으로 오리엔트 문명의 산물인 음력과 로마 문명의 산물인 양력을 적당히 조합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1) 아시다시피 12월 25일은 진짜로 아기 예수가 태어난 날이 아니라 애초에 로마의 무슨무슨 축제일이었던 것을 성탄절로 정한 것이지요. 이 성탄절 이전의 네번째 일요일을 '대림절(대강절, Advent)'라 하여 교회력에서의 1년의 시작으로 정합니다.

2) 중간에도 이런저런 축일들이 있는데 일단 넘어가고, 두번째 나타나는 대축일은 부활절인데 부활절 날짜를 결정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춘분 이후 보름달이 뜬 바로 다음 일요일.'
양력과 음력을 조합하느라 애썼다고 했지요? 이것도 유대교의 유월절과 로마의 무슨무슨 축일을 합친 것이라 기억합니다. 이 때문에 부활절의 날짜는 매년 왔다갔다 하는 것이지요. 보통 춘분Vernal equinox이 3월 21일 전후인 것을 생각해보면 부활절은 그해의 보름달이 언제 뜨냐에 따라서 아주 빠르면 3월 22,3일쯤, 아주 늦으면 4월 20일 쯤에도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올해는 춘분이 3월 20일?인가 했고, 보름이 3월 22일 '토요일'이었으므로 부활절은 3월 23일이 되는 '부활절이 아주 일찍 나타나는 해'인 것입니다.

3) 세번째 대축일은 부활절부터 시작하여 정확히 50일째(당연히 일요일)인 '성령강림절Whitsun'입니다. 뭐하는 날인지 저는 기독교도가 아니므로 모르겠고요, 니케아 회의에서 공식 교리로 채택된 아타나시오스 파의 승리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성령강림절 다음 일요일은 '삼위일체절Trinity'이라 정합니다. 그 이후의 일요일은 특별한 명칭 없이 '삼위일체절 후 n번째 일요일'이라 부르며 대림절 직전까지 헤아리게 됩니다.
따라서, 음력에 의존하는 부활절 때문에 양력에 의존하는 대림절 직전의 일요일, 즉 교회력에서 1년의 마지막 일요일에 나타나게 될 n의 크기는 이리저리 변할 수 있는데 그 최대값은 '27'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달력을 펴놓고 계산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입니다.

4) n이 최대값 27을 갖기 위해서는 춘분이 지나자마자 보름달이 떠야 하고 곧바로 일요일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도 27이 나오기는 쉽지 않은 편인데 올해가 바로 그해가 되겠습니다. 즉 '오늘'이 '삼위일체절 후 27번째 일요일'이라는 말씀.

5) 이게 뭐가 특별하냐고요? 바흐가 라이프치히에서 근무하던 1723년부터 그가 사망하던 1750년까지 '삼위일체절 후 27번째 일요일'은 단 두 번 -1731, 1742년-밖에 나타나지 않았답니다. 당연히 오늘의 BWV 140은 1731년에 작곡되어 1742년에 한번 더 써먹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겠습니다.
정확하게 계산해본 건 아닌데 올해-2008년 이전에 가장 최근의 '27번째'는 1989년쯤이었던 것 같고 미래의 가장 가까운 27번째는 2019년 아니면 2035년이나 되어야 나타나는 것 같았으니 얼마나 희소한 날인지 납득할 수 있을 겁니다.


4. 노파심에서, 'BWV(바흐작품번호, Bach-Werke-Verzeichnis)'는 바흐 자신이 붙인 것이 아니라 바흐 협회에서 부여한 번호로 크게는 분야별로 배열되어 있지만, 같은 분야 내에서의 배열 순서는 완전 제멋대로인 것으로 '140번'이라 하여 바흐가 쓴 칸타타에서 140번째 작품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언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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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번째'의 주제는 '구세주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처녀들이 신랑을 맞이하기 위해 밤을 새며 기다리는데 중간에 꾸벅꾸벅 졸면서 초를 준비하지 않은 처자들은 신랑을 못 맞이하고 잘 준비한 처자들만 맞이했다는.

바흐의 이 작품은 그의 수많은 칸타타 중에서도 첫손가락에 꼽을 만큼 인기 있는 곡입니다. 그 이유가 위에서 장황하게 언급한 '희소성' 때문은 당연히 아니고,

1) 언제 들어도 푸근한 선율. 과연 연말에 듣기 좋은 음악 같지요.

2) 원래는 '예수'와 '신도'의 관계를 '신랑'과 '신부'로 비유한건데, 거꾸로 가사에 등장하는 '예수'와 '신도'를 연인 간의 관계로 바꾸어 생각하면 여기 등장하는 노래들은 모두 사랑의 2중창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천진난만한 음악과 어우러지는 사랑의 2중창, 아무리 cob에 찌들어도 이런 음악까지 외면해서는 곤란합니다.

3) 전곡의 정가운데에 위치한 유명한 코랄(찬송가, choral). '눈뜨라 부르는 소리 들리도다' 하면 생각나는 선율이 바로 이건데요. 이 부분은 바흐의 생전에도 큰 인기를 끈 것으로서, 이를 의식한 바흐가 최만년에 출판한 6개의 쉬블러 코랄집(6 Schübler Chorales)에, 그것도 첫머리에 담았을 정도입니다. 아래에도 하나 걸어놓았으니 잘 찾아보시길.

가사는 모처의 블로그에 표로 만들어 놓은 것을 무단으로 긁어왔으며, 그 틀에 맞추어 음악을 걸다보니 위치가 좀 뒤죽박죽한 면이 있지만 큰 지장은 없을 걸로 믿습니다.

한 곡당 많게는 세 종류의 연주가 들어있는데

1) 약간은 큰 규모에 현대악기를 사용한 연주: 바흐가 생전 재직했던 바로 그 '라이프치히 토마스 교회 부속 학교 합창단'의 후배들이 부른 연주입니다. 독창 테너를 맡은 독일의 大테너 페터 슈라이어도 거기 출신이지요.

2) 역시 소년 합창단을 쓴, 고악기를 쓴 연주: 다소 음량이 작은 고악기에 맞게 합창단의 규모도 조금 작아졌으며 (성부당 약 3명), 여성 독창자도 보이 소프라노와 비슷한 발성을 합니다. (사진을 보면 별로 그런 목소리를 낼 것 같이 생기지는 않았건만ㅡ,.ㅡ;;;)

3) 한 성부에 한 명만 쓴, 고악기를 쓴 연주: 이 학설을 처음 제기한 음악학자 조슈아 리프킨의 연주입니다. '바흐가 재직하던 시절의 토마스 교회 합창단은 그렇게 많은 인원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가설로 출발하여 저런 극소 규모의 연주가 바흐 칸타타의 본래 모습이었을 거라는 주장을 상당히 설득력있게 제기한 분이기도 합니다. '곡의 뼈대를 잘 살려 보여준다는' 평가부터 '뼈만 앙상하다'는 평가까지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연주.

각 연주간의 개성을 비교하시면 더욱 즐거울 것이라 믿습니다.

Johann Sebastian Bach

Cantata 'Wachet auf, ruft uns die Stimme' BWV 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