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 작성일
- 10-02-19 00:07
아 먼저 장례식 얘기해서 베팍분들에게 애도를 표해달라는 소리가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혹시 애도 리플을 다시려고 했던 분들은 본걸로 하고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냥 간만에 겪은 가까운 친척분의 장례식장에서 느낀 인간사는 여러가지 모습이랄까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90살의 고령으로 돌아가셨는데 피검사에서 암진단을 받고나서 조직 검사도
견디기 어려우실 체력이라 그냥 임종을 지켜보기로 자식들이 의사의 권고를 받아 결정했답니다.
1. 외할머니는 8남매를 두셨는데 1, 8은 남자, 가운데는 다 여자 형제들입니다. 그중에 막내 삼촌이 미국에 계시다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 비행기를 탔는데 실제로 사망시간은 삼촌이 인천 공항에 떨어진 동시.
나중에 들은 얘긴데 심폐소생술과 전기 충격으로 할머니를 인위적으로 1시간 정도 살렸다는 군요.
막내 아들 보고 가시라고.
저는 이소리 듣고 할머니가 한시간 동안 얼마나 괴로우셨겠냐, 아무리 귀여운 막내 아들이지만 잘못된거 같다.
좀 보수적인 사촌형은 할머니가 막내아들 못보고 가셨으면 한이 되셨을 거다. 그럴 수 있다.
결론은 할머니만 안다.
2. 장례식장 가서 기분이 조금 우울했습니다.
그런데 그 우울함의 원인은 할머니를 잃은 슬픔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할머니는 설날 추석 일년에 두번 뵙는 분이셨지요.
태어나자마자 몇달은 다른 집들도 그렇듯 외할머니가 똥기저귀 다 갈고 목욕시키고 키우셨다는데 불효막심한 손자는
솔직히 별로 슬픔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우울함의 원인은 그거였죠,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왜 나는 슬프지가 않은가..
원래 그렇게 다정다감한 성격은 아니지만 이렇게 말라비틀어진 인간이 되버렸나...
3. 사촌 동생 중에 민노당에서 일을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냥 괜찮은 직장 버리고 월급 100 받는 노동광장 직원으로 투신했지요
대학때 학생 운동 경력도 꽤 있는 놈이고, 간만에 친척들이 다 모인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하신 이모는(그녀석 어머니) 저를 비롯한
사촌형들과 이모부들을 잡고 **이 녀석 정신 좀 차리게 얘기 좀해라. 형제들은 겉으로는 네네하고 다들 그냥 지나갑니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서 다들 "걔가 나이가 몇살인데..." 그러다가 이모부 한분이 붙으셨습니다. 이모부는 전라도 어딘가에서 도의원
출마를 하셨다가 물을 드신... 입에 거품을 물고 말씀하시더군요. "니 맘대로 되는 세상이 아니다 나도 순수한 마음에서 도의원을
생각했는데 그놈의 연줄이랑 돈에 밀려서 집만 날리고 말았다." 거기에 사촌 동생은 "정치인이 되려는 게 아니다. 그냥 서민들이 조금 더
잘 살고 자기 권리가 뭔지 알려주고 주장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 뭐라고 끼어들고 싶었지만 그냥 꾹...
그 녀석이랑은 다음 주에 술한잔 하기로.
4. 손님들 다 가시고 매형과 저와 동생이 부의금을 세기 시작합니다. 상주이신 외삼촌과 이모부 한분은 옆에 꼭 지키고 앉아 계시더군요
누구는 얼마? 허 고녀석은 겨우 그거? 오..그 친구가 그렇게 많이? 별로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습니다.
TIP : 인쇄, 혹은 자필로 애도의 글을 써서 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상주가 그 글을 읽을 확률은 10%도 안될듯.
5. 알아주는 병원에서 장례를 치뤄서 그런지 장례비가 1200만원 나오더군요 ㄷㄷㄷㄷ 결산을 제가 했는데 봉투의 개수로 가늠한 방문객이
450명정도,
음식값 지출이 500/ 관+염 비용이 200/ 버스 대절이 100/ 장례식장 비용과 안치료 기타 등등 400정도
손님들이 주신 부의금으로 처리하고 남긴 했지만, 손님이 없으면 나가지 않았을 식비를 제하고 생각해보면 돈천만원
가까이 있어야 대형 병원 장례식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
6. 막내 삼촌 부부가 교수 부부입니다.
장례식장을 갔더니 대학원 제자들이 손자인 저보다 먼저와서 일을 하고 있더군요. 이모들은 역시 교수님이 좋네 저렇게 학생들이
와서 일도 도와주고 하고 굉장히 막내 동생 부부를 뿌듯해 하십니다.
하지만 일손이 없는 것도 아닌데 제가 보기에 그 학생들 일을하고 있는 상황이 마냥 대견하고 좋아 보이지는 않더군요.
혹시 애도 리플을 다시려고 했던 분들은 본걸로 하고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냥 간만에 겪은 가까운 친척분의 장례식장에서 느낀 인간사는 여러가지 모습이랄까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90살의 고령으로 돌아가셨는데 피검사에서 암진단을 받고나서 조직 검사도
견디기 어려우실 체력이라 그냥 임종을 지켜보기로 자식들이 의사의 권고를 받아 결정했답니다.
1. 외할머니는 8남매를 두셨는데 1, 8은 남자, 가운데는 다 여자 형제들입니다. 그중에 막내 삼촌이 미국에 계시다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 비행기를 탔는데 실제로 사망시간은 삼촌이 인천 공항에 떨어진 동시.
나중에 들은 얘긴데 심폐소생술과 전기 충격으로 할머니를 인위적으로 1시간 정도 살렸다는 군요.
막내 아들 보고 가시라고.
저는 이소리 듣고 할머니가 한시간 동안 얼마나 괴로우셨겠냐, 아무리 귀여운 막내 아들이지만 잘못된거 같다.
좀 보수적인 사촌형은 할머니가 막내아들 못보고 가셨으면 한이 되셨을 거다. 그럴 수 있다.
결론은 할머니만 안다.
2. 장례식장 가서 기분이 조금 우울했습니다.
그런데 그 우울함의 원인은 할머니를 잃은 슬픔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할머니는 설날 추석 일년에 두번 뵙는 분이셨지요.
태어나자마자 몇달은 다른 집들도 그렇듯 외할머니가 똥기저귀 다 갈고 목욕시키고 키우셨다는데 불효막심한 손자는
솔직히 별로 슬픔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우울함의 원인은 그거였죠,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왜 나는 슬프지가 않은가..
원래 그렇게 다정다감한 성격은 아니지만 이렇게 말라비틀어진 인간이 되버렸나...
3. 사촌 동생 중에 민노당에서 일을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냥 괜찮은 직장 버리고 월급 100 받는 노동광장 직원으로 투신했지요
대학때 학생 운동 경력도 꽤 있는 놈이고, 간만에 친척들이 다 모인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하신 이모는(그녀석 어머니) 저를 비롯한
사촌형들과 이모부들을 잡고 **이 녀석 정신 좀 차리게 얘기 좀해라. 형제들은 겉으로는 네네하고 다들 그냥 지나갑니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서 다들 "걔가 나이가 몇살인데..." 그러다가 이모부 한분이 붙으셨습니다. 이모부는 전라도 어딘가에서 도의원
출마를 하셨다가 물을 드신... 입에 거품을 물고 말씀하시더군요. "니 맘대로 되는 세상이 아니다 나도 순수한 마음에서 도의원을
생각했는데 그놈의 연줄이랑 돈에 밀려서 집만 날리고 말았다." 거기에 사촌 동생은 "정치인이 되려는 게 아니다. 그냥 서민들이 조금 더
잘 살고 자기 권리가 뭔지 알려주고 주장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 뭐라고 끼어들고 싶었지만 그냥 꾹...
그 녀석이랑은 다음 주에 술한잔 하기로.
4. 손님들 다 가시고 매형과 저와 동생이 부의금을 세기 시작합니다. 상주이신 외삼촌과 이모부 한분은 옆에 꼭 지키고 앉아 계시더군요
누구는 얼마? 허 고녀석은 겨우 그거? 오..그 친구가 그렇게 많이? 별로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습니다.
TIP : 인쇄, 혹은 자필로 애도의 글을 써서 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상주가 그 글을 읽을 확률은 10%도 안될듯.
5. 알아주는 병원에서 장례를 치뤄서 그런지 장례비가 1200만원 나오더군요 ㄷㄷㄷㄷ 결산을 제가 했는데 봉투의 개수로 가늠한 방문객이
450명정도,
음식값 지출이 500/ 관+염 비용이 200/ 버스 대절이 100/ 장례식장 비용과 안치료 기타 등등 400정도
손님들이 주신 부의금으로 처리하고 남긴 했지만, 손님이 없으면 나가지 않았을 식비를 제하고 생각해보면 돈천만원
가까이 있어야 대형 병원 장례식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
6. 막내 삼촌 부부가 교수 부부입니다.
장례식장을 갔더니 대학원 제자들이 손자인 저보다 먼저와서 일을 하고 있더군요. 이모들은 역시 교수님이 좋네 저렇게 학생들이
와서 일도 도와주고 하고 굉장히 막내 동생 부부를 뿌듯해 하십니다.
하지만 일손이 없는 것도 아닌데 제가 보기에 그 학생들 일을하고 있는 상황이 마냥 대견하고 좋아 보이지는 않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