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제게는 결혼5년만에 얻은 보석같은 딸래미가 하나 있습니다. 이제 34개월째 접어들고 있구요. 말을 다른 아이들보다 좀 빨리 배워서, 제법 또박또박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잘 이야기 합니다. 며칠전이었지요.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집사람 전화였는데 받아보니 딸래미였습니다. "응, 현지구나?" "응, 아빠 나 현지야." "그래 현지 오늘 재미있게 놀았어요?" "네~" (제가 존대말로 묻거나 답하면 금세 모드가 존대로 바뀝니다. ^^) "근데 아빠, 오늘 회사 재미있었어요?" 

하하 ^^ 

물론, 그럼 아빠도 재미있었노라 하고 대답해주면 뭐 살짜꿍 싱겁겠지만 무리 없이 넘어갈 수 있을텐데, 잠시동안 대답을 망설이고 말았네요. 

"응, 아빠도 조금 재미있었어." ^^ 하는 정도로 대답해주고 저녁에 보자는 말과 함께 끊었답니다. 

이녀석의 눈과 생각으로 보면 아빠도 당연히 자기처럼 즐겁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어딘가에 다녀온다고 생각할텐데...

요새 가뜩이나 직장내 정치싸움으로 인해 기운이 쪽쪽 빠지는 상황이라 녀석의 티없이 맑은 질문에도 꽤 긴 생각을 했습니다. 

재미는 없더라도 짜증나지 않는 곳을 일터 삼아 다녀야할텐데 말입니다. ^^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저녁에 퇴근하면 다정하게 옷 받아주는 아내와 와락 품에 안겨주는 이 녀석 덕분에 항상 맞서 싸울 에너지를 꽉꽉 채우고 다시 나온답니다.
 
아 참, 다음달에는 새 식구가 또 하나 생기게 되어 4인 가족이 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