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사실 헌팅까진 아닌데 걍 적어보겠습니다.. 지금 흥분했음ㅡㅡ;;

오늘 밤 10시 30분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여긴 중국입니다

열차 맨 뒷칸에 탔는데 앞에 앉은 취객 두명이 구토를 하려 하더군요;

옆으로 두 의자 건너 앉았는데 맞은편에 일렉기타 가방을 든 처자가 앉아있었습니다

피곤해 하면서 꾸벅꾸벅 조는게 왠지 합주하고 집으로 가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말 걸어서 친구하고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들더군요

중국친구들은 있는데 그 중에 저와 비슷한 취미를 가진 친구들은 없어서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죠..

사실 지하철 안에서 봤을때만 해도 첫인상은 그리 예쁘지 않길래 친구 할 생각이었습니다; (주제도 모르는 나쁜놈입니다ㅜㅜ)

딴청 피우다가 힐끔 쳐다 봤더니 고개를 뒤로 젖히고 졸더군요; 곧 있으면 제가 내릴역에 다 도착해 가는 상황이라 마음 속으로 계산을 했습니다 

열차 안에서 붙잡고 있으면 뻘쭘하니까 나와 같은곳에서 내리고 나가는 출구 방향도 같으면 진짜로 말 걸어보자 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역이 되자 처자가 일어섰고 (어?) 지하철에서 내리더니 같은 환승 출구로 향하더군요! (헉!)

환승 방향까지 같다니 믿기지 않는군.. 하면서 내리자 마자 뒤를 쫓아 20미터 정도를 걸어갔죠. 도저히 말이 안나오더군요.



그러고 계단을 뒤따라 올라가는데 다 올라올 즈음 갑자기 처자가 계단에 발이 걸려서 자빠졌습니다;; 아놔~~~ 왜 하필 말 걸 타이밍에ㅡㅡ;

말을 걸기 위한 기회만 보고 있었기에 저도 너무 당황스러워서 자꾸 웃음이 나오더군요ㅡㅡㅋ

다행히 정신을 차려보니 곧 있으면 에스컬레이터에 오를 차례였습니다.

말을 걸었죠..



"그거 일렉기타에요ㅡㅡ?" 왜 이렇게 물었냐면 저번에 기타 들고 가다가 중국인이 이렇게 묻길래;


잘 안들렸는지 움찔 하더니 가만히 있더군요; 다시 물었더니 "아니요 베이스에요"

"아 혹시 밴드 하세요?" "네.."
"오늘 합주 하셨나봐요?" "예.."

그 다음 침묵.. 사실 여기까지의 대화가 그리 매끄럽진 않았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니까 예쁘더군요. 아깐 졸고 있는 모습이라 이상했나 봅니다;

정말 할 말이 없어서 갑작스럽게 "아 저도 밴드하는데 이번에 XX클럽에서 25일에 공연해요" 이랬죠.

그랬더니 처자: "아 거기 알아요~ 전 23일날 YY클럽에서 공연하는데" (오옷!!)

 저: "아 저도 거기서 한번 공연 했었어요!"

저: 어떤 음악하는 밴드에요?   처자: 노이즈가 섞인 시끄러운 스타일의 음악이에요..

순간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밴드 이름이 기억이 안나서 이런걸 뭐라고 하더라.. 슈게이징이라고 하나..

저: 슈게이징?? 

처자: 아니요..

(속으로 음.. 노이즈라.. 소닉 유스??)  저: 소닉 유스 같은 스타일? 처자: 아.. 예.. 맞아요 (오옷!!)

처자: 포스트 펑크 같은거 좋아해요..

순간 아 펑크구나 그럼.. 

저: 아 그린데이나 오프스프링??  처자: 아 그런거랑 약간 다른것 같은데..

그땐 긴장해서 포스트 펑크가 뭔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더군요.. 포스트펑크가 뭐지.. 크리드인가;;

집에와서 생각해 보니 요즘 즐겨 듣는 토킹헤즈도 포스트펑크 였습니다;

아무튼 인상깊은 대화는 이 정도고 전화번호 교환을 하려고 했는데 아뿔싸! 마침 며칠전 핸드폰이 고장났었죠..
충전해도 전원이 켜졌다 꺼졌다 반복되는 상황ㅠㅠ

역시나 핸드폰은 말을 안들어서 차라리 메신저 교환하는게 부담없고 낫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또 마침 가방도 없이 맨몸이었죠

결국 엠에스엔 아이디를 알려달라고 하고 처자가 종이 한장을 뜯어주며 펜을 찾는데 또 그분도 펜이 없었습니다;

그냥 외우겠다고 하고 아이디 외워서 얘기 몇마디 하고 헤어졌습니다

제가 사는곳에서 멀지 않은곳에 있는 학교 기숙사 살더군요.. 남자친구 없길 간절히 바랍니다..

진짜 인연인것 같네요ㅡㅜ

p.s 참고로 전 여태껏 COB한번도 안날렸답니다..기껏해야 C..정도.. 다 축하해 드렸음.. 진짜로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