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의 황제
- 작성일
- 09-07-05 17:06
동대문에서 편의점으로 편의점에서 술집으로..알바를 쓸수밖에 없는 자영업을 십년이상 해왔습니다
뭐 알바하는 친구들 여러 질이죠 밑에 자라님 글에 댓글달면서 그것도 학벌이 작용한다고 썼지만
고등학생 신분으로도 똘똘하게 잘 하는 애들도 있었고 명문대 법대재학생으로 수능 0.2프로 였다
는데 싸가지 없고 거만스러웠던 놈도 있고..
뭐 좋은 이야기 하려는 거니까 기억나는데로 신상을 옮겨 보자면 편의점 하던 시절 동국대 무슨과인
가 다니는 제주도친구였는데 학기중에 편의점 야간(그러니까 잘 시간이 없는...)업무를 보
던친구가 있었습니다
알바라는게 다 그렇지만 들어오면 우선 돈관련해서 시제 맞추기 전체적으로 어떤 사이클로 돌아가
등등 어떻게 일을 해야하는지 기본적인 교육들을 하는데 첫날 한 한시간 정도 이야기 해주면 사실
더 알려줄것도 없으며 그것을 충실히 실행하면 되는데 잊어먹기도 하고 게으름 피워서 쪼기도
하죠.. 알바가 다 그렇지만 일주일 단위로 일이 돌아가죠..월요일날은 냉동고 청소 화요일날은
뭐뭐 하는날..그런 식으로...
야간 근무자는 그런 교육 외에도 매일매일 뭔가 이야기를 해줘야 합니다 점주가 자야하기 때문에
가게에 혼자 있게 되므로 매일 매일 할 일을 지정해줘도 게으름 피우다 못할때도 많고 어떤 애들은
일이 너무 많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는 애도 있죠.(느긋하게 하고 두세시간 놀아도 충분히 다 할수
있는 분량)
오래되었지만 제 기억에 첫날은 이야기 듣고 시켜놓은 것만 했던거 같은데. 제 기억에 둘째 날부터
일주일치 분량의 일을 하루에 모조리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편의점 야간근무라는게 일주일
분량이라고 해도 하루에 할수 없는 양은 아닙니다. 결국 손님도 받아야 하고 계속 일만 할수는
없으며 쉬는시간도 있어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니까 주간 근무자(결국 점주죠)와 어느정도 적절히
분배를 해야하죠
걔가 오고나서 딱 일주일만에 가게는 광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몇달에 한번정도 하는 대청소수준의
청소를 2주 3주만에 한번씩 했습니다 브랜드 편의점은 점포관리하는 본사 담당자가 있습니다..
걔가 올때마다 깜짝깜짝 놀랩니다 "점주님 요즘 왜이리 일을 열심히 하세요??"
편의점은 당연히 반품 물건이 있습니다 날짜가 지났거나 행사용이거나 계절물품이거나...이건
당연히 점주가 조사할 몫이죠 그걸 어떻게 알바한테 맡깁니까? 제때 반품 못하면 돈을 내버리는것
과 마찬가지인데..서류를 쓰고 모아놓고...그것도 일이죠.. 이놈이 이것도 지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보다 더 완벽하게...
그렇게 일 잘하는 애는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근데 사람이라는게 너무 큰 복이 오면 또 의심이 생기
는 법입니다 감탄하면서도 약간 석연찮은 느낌이 듭니다 항상 현금을 만지는 일이기 때문에 혹시
이놈이 딴 마음도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근데 이놈이 오고나서 이상한것이 오후 근무하는놈(야간근무하는 이글의 주인공과 교대하는)
이 교대시간이 지나도 가질 않는겁니다 저녁 10시에 교대하면 열시 반이면 전철이 끊기므로 바쁘게
가야하는데 안 가네?? 차를 가지고 다닐때도 있고 안 가지고 다닐때도 있으므로 이 친구들이 인수
인계를 마치면 저도 퇴근을 하는데 제가 퇴근을 해도 오후근무자는 안 가더라구요..
이놈들이 혹시 물건을 빼돌리나? 문닫고 나가 노나?? 며칠을 의심하다가 친구가 시간이 나길래
둘이서 같이 차 안에서 잠복근무를 했습니다 엥?? 둘이서 일 하더라구요 열심히!! 한 이틀정도
잠복근무를 했는데 아무런 의심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잠복 둘째날 결국 잠시 들린척하며 가게에 들어가서 저녁 근무자애한테 물어봤습니다..너 왜 집에
안가고 여기서 일을하고 있니?? 그넘이 하는말 "저 xx형이 좋아서요 형이랑 같이 있을라구요..."
그때 "아 이놈은 뭔가 될놈인가보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잠도 못잤을텐데 한 학기를 하고 시급을 천원 넘게 인상해준다고 했으나 집에 귤밭일을 도와야
한다고 한개만 b라는 성적표를 들고 방학때는 그만뒀습니다.
부지런하기도 한데다 인복도 있는 녀석이었죠..지금쯤은 어느 회사의 대리급정도 될텐데 이사정도
는 기본일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