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나온김의 이야깁니다만, 건담 역시 피해가지 못하는, 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의 공통적인 문제가, 역시 정치라는 것이 부재하다는 점이죠. 물론, 애니메이션에서 정치드립이 나오면 어느 꼬꼬마가 이입해서 보냐! 라는 현실적인 문제때문이긴 하지만... 그들이 전장에서 부속품이 되어 죽어가는 것은 결국 전쟁의 배경에 정치적인 갈등이 개재해있는 부분을 언급해야하는데, 정치를 이야기하지 않는 전쟁애니메이션이나 전쟁소설은 그런 의미에서 근본적으로 현실적일수가 없죠...

물론, 그렇기 때문에 스페이스 노이드와 어스 노이드간의 갈등,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미래의 비전으로서의 뉴타잎 같은 것을 버무려 놓은 건담은 상당히 괜찮은 편의 작품이고, 바로 그 부분때문에 메가 히트를 기록한 것이겠습니다만, 정치덕후(라기도 부끄럽지만 비교적)의 입장에서 보기엔 건담의 정치성 역시 많이 아쉬운 편입니다.

정치가 전쟁물에 나오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라면 전쟁물은 기본적으로 영웅담이기 때문입니다. 정치라는 것은 사회조건이 부여한 제약이 인간의 행동을 궁극적으로 얽어매는 틀에 관련된 것인데, 영웅은 틀에 얽매여선 안되거든요. 정치를 제대로 언급하면 그 순간 영웅따윈 존재가 불가능하죠(은하영웅전설이 쓰레기인 이유가 바로 이런부분, 반대로 징기스칸이나 알렉산더에게 열광하는 사람이 많은것도 이런 부분이지만, 알고보면 다 역사적 배경이 있음 실제 역사속의 메가영웅들도 결국 정치적 인간).

반대로 말씀하신 류의 소소한 전쟁비극물에도 정치가 나올 여지는 별로 없습니다. 영웅적인 전쟁담이 아닌, 개개인의 비극으로서의 접근 역시 결국 사람들의 이입을 유도하는 부분이 중요한데, 정치적 갈등이나 이데올로기의 문제는 그게 던져지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흠뻑 이입하는 것을 방해한단 말입죠. 비극적으로 죽어가는 인물의 이야기(08소대라던가 주머니속의 전쟁이라던가, 영화쪽에서는 플래툰?)라면 개개인이 전쟁에 희생되는 비극적 인간이어야지, 그 개인역시 정치적 주체로서 그 전쟁을 유발한 국가사회의 정치적 구성원이라는 부분은 쏙 빼먹야죠. 그래야 전쟁이야기는 장사가 되는 것임...

하아... 그러고 보면 진지하게 정치를 이야기한다는거, 정말 재미없는 일이군요... 내가 사람들한테 인기없는 이유가 다 있었어... 꼭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겠습니다만...

앙겔님.. 인기 유저 중 한 분이신대.. 자학 하지 마세여.. ^^

모 많이 드셔서 사람들이 기피한다는 거라면 이야기가 좀 틀립니다만.. ㅎㅎ

먹을것을 제가 사는 수밖에 없겠군욧! 낄낄~~